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은 유럽의 실제 중세 건축 부재를 옮겨와 회랑과 예배당을 재구성한 특별한 공간이에요.
맨해튼의 높은 빌딩을 벗어나 돌기둥과 아치 사이를 걷다 보면, 잠시 중세 수도원에 머무는 듯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목차
- 포트 트라이언 공원 언덕에서 만난 중세 성채
- 실제 중세 건축 부재로 만든 박물관
- 클로이스터스라는 이름을 만든 네 개의 회랑
- 아치와 돌기둥 사이로 들어오던 햇빛
- 스페인에서 옮겨온 푸엔티두에냐 후진
- 회랑과 함께 조성된 중세 정원
- 록펠러의 후원으로 완성된 공간
-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 관람 Q&A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 공원 언덕에서 만난 중세 성채
몇 년 전 뉴욕 맨해튼 북쪽에 있는 포트 트라이언 공원(Fort Tryon Park)을 찾았어요.

복잡한 도로와 높은 빌딩이 이어지는 맨해튼을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돌로 지은 성채처럼 보이는 건물이 나타났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인 더 메트 클로이스터스(The Met Cloisters)였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건물은 중세 유럽의 성이나 수도원처럼 보였어요.
돌로 쌓은 외벽과 탑, 고딕 양식의 창문이 공원의 나무와 어우러져 있었고, 현대적인 뉴욕의 모습은 잠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더 메트 클로이스터스는 맨해튼 북부 포트 트라이언 공원 안에서 허드슨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1938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중세 미술·건축 전문 분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실제 중세 건축 부재로 만든 박물관

처음에는 중세 분위기를 본떠 새로 지은 건물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클로이스터스는 외관만 중세풍으로 꾸민 박물관이 아니었습니다.
유럽의 오래된 수도원과 교회에서 가져온 기둥과 주두, 아치, 출입문, 창문 장식 같은 실제 중세 건축 부재를 현대의 박물관 건물 안에 다시 조립해 놓은 공간이에요.
그렇다고 유럽의 특정 수도원 하나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닙니다.
여러 지역과 시대에서 온 건축 부재를 조화롭게 배치해, 중세 수도원 안을 걷는 듯한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어요. 공식 설명에서도 클로이스터스는 특정 수도원 한 곳을 복제하기보다 중세 수도원의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도록 설계한 건물이라고 소개합니다.
오래된 돌기둥 하나를 전시장 안에 따로 세워둔 것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기둥 위로 아치가 이어지고, 그 아래로 사람이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안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는 경험이었어요.
손이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수백 년 된 돌이 있고, 기둥마다 새겨진 무늬와 표정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닳고 색이 바랜 돌 표면도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건물이 미술품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가장 큰 전시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클로이스터스라는 이름을 만든 네 개의 회랑

‘클로이스터(Cloister)’는 수도원이나 교회에서 안뜰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지붕 있는 복도, 즉 회랑을 뜻합니다.
수도사들은 회랑을 걸으며 기도하거나 책을 읽고, 중앙 정원을 바라보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에는 중세 수도원 건축 부재를 이용해 재구성한 네 개의 대표 회랑이 있습니다.
- 쿠사 회랑(Cuxa Cloister)
- 생 기욤 회랑(Saint-Guilhem Cloister)
- 본퐁 회랑(Bonnefont Cloister)
- 트리 회랑(Trie Cloister)
이 네 회랑이 박물관의 이름을 만들었으며, 각각 다른 수도원과 지역에서 온 건축 부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회랑마다 기둥의 굵기와 색, 아치의 모양, 공간의 밝기가 조금씩 달랐어요.
어떤 곳은 돌기둥이 묵직하고 단단한 인상을 주었고, 어떤 곳은 가느다란 기둥과 섬세한 조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중앙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은 클로이스터스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었어요.
아치 너머로 보이는 정원과 돌기둥, 그 위로 내려앉은 햇빛이 한 장의 오래된 그림처럼 보였습니다.
아치와 돌기둥 사이로 들어오던 햇빛

회랑을 따라 천천히 걸었어요.
둥근 아치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복도 바닥에 길게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빛이 강한 곳과 어두운 곳이 반복되면서 돌기둥의 형태가 더 또렷하게 드러났어요.
중앙의 정원은 화려하게 꾸며진 정원이라기보다, 돌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는 작은 자연처럼 느껴졌습니다.
관람객들도 회랑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더라고요.
밖은 분명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이었지만, 두꺼운 돌벽 안에서는 자동차 소리나 빌딩의 움직임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어요.
한쪽에는 정원이 있고, 다른 쪽에는 오래된 돌기둥이 이어졌습니다.
회랑 끝을 돌아서면 또 다른 아치와 복도가 나타났어요.
그 길을 걷다 보니 박물관을 관람한다기보다 중세 수도원의 일상을 잠시 따라 걷는 듯했습니다.
돌기둥과 아치가 만든 고요함 속에서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어요.
로마네스크와 고딕 건축을 한 공간에서 보다
클로이스터스 안에서는 로마네스크와 고딕 건축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공간은 둥근 아치와 두꺼운 돌벽, 묵직한 기둥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어요.
창문이 크지 않고 빛도 은은하게 들어와, 공간 전체가 단단하고 경건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면 고딕 양식의 공간에서는 위로 길게 올라가는 아치와 창문, 스테인드글라스가 눈에 들어왔어요.
같은 돌로 만든 건축인데도 어떤 공간은 낮고 무거웠고, 어떤 공간은 높고 밝게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보던 건축 양식을 실제 공간 안에서 몸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도 클로이스터스의 특별한 매력이었어요.
스페인에서 옮겨온 푸엔티두에냐 후진

클로이스터스의 건축 공간 가운데 특히 웅장하게 느껴졌던 곳은 푸엔티두에냐 예배당(Fuentidueña Chapel)이었어요.
둥근 천장과 두꺼운 벽, 단단한 돌기둥이 이어지는 공간에 들어서면 로마네스크 성당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이 공간의 중심에는 스페인 세고비아 인근 푸엔티두에냐에 있던 산 마르틴 교회의 12세기 후진(apse)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후진은 교회 건축에서 제단 뒤쪽에 반원형으로 돌출된 공간을 말해요.
푸엔티두에냐 후진은 3,000개가 넘는 석회암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950년대 후반부터 1961년 사이 클로이스터스에 재조립되었습니다.
수백 년 전 스페인의 교회에 있던 돌을 해체하고 바다 건너 뉴욕으로 옮긴 뒤 다시 맞추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가까이에서 보면 각각의 돌은 소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자 웅장한 예배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씩 쌓아 올린 돌이 오랜 세월을 지나 다른 대륙에서 다시 건축물로 살아난 셈이에요.
회랑과 함께 조성된 중세 정원
클로이스터스의 정원은 건물 주변을 예쁘게 꾸미기 위한 일반적인 조경 공간과는 조금 달랐어요.
중세 수도원에서 정원은 약초와 채소, 향료 식물과 꽃을 기르는 생활 공간이었습니다.
수도사들은 식물을 약재나 음식, 염료와 종교의식에 사용했어요.
클로이스터스에는 쿠사·본퐁·트리 정원이 있으며, 중세 시대의 문헌과 그림에 나타난 식물을 바탕으로 설계하고 가꾸고 있습니다.
회랑의 아치 사이로 정원을 바라보니 돌과 식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어요.
화려하게 눈에 띄는 조경보다, 사람이 매일 돌보고 이용했을 법한 차분한 정원에 가까웠습니다.
돌기둥 사이에 놓인 화분과 작은 나무, 계절을 따라 자라는 식물이 오래된 건축물에 생기를 더하고 있었어요.
지금 옥상에서 여러 식물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당시보다 중세 정원의 의미가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먹고 치료하고 향기를 얻기 위해 식물을 가꾸었던 수도원 정원도 결국 사람의 생활과 마음을 돌보는 공간이었겠지요.
회랑에 앉아 정원과 허드슨강 쪽 풍경을 바라보던 시간은 화려한 뉴욕 관광지에서 느끼기 어려운 평온한 순간으로 남아 있어요.
록펠러의 후원으로 완성된 공간
클로이스터스와 포트 트라이언 공원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에는 존 D.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의 후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포트 트라이언 공원 조성과 클로이스터스 건축을 지원했고, 허드슨강 건너편 팰리세이즈 일대의 경관을 보존하는 데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그 덕분에 박물관에서 바라보는 허드슨강 풍경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유지될 수 있었어요.
중세 건축물을 전시하려면 오래된 돌을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을 거예요.
그 돌들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장소를 마련하고, 공원과 주변 풍경까지 함께 지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클로이스터스는 박물관 건물 하나만 따로 떼어 보기보다, 포트 트라이언 공원과 허드슨강 풍경까지 함께 걸어보아야 더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허드슨강을 따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역사 건축물로는 하이드파크의 밴더빌트 맨션이 있어요. 중세 수도원의 고요함과는 또 다른, 미국 부호 시대 저택의 화려한 분위기를 함께 비교해 보아도 좋습니다.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 관람 Q&A
Q1. 클로이스터스는 실제 중세 수도원이었나요?
현재 건물 전체가 중세 시대부터 있던 수도원은 아닙니다.
1930년대에 지은 박물관 건물 안에 유럽의 수도원과 교회에서 가져온 실제 중세 기둥, 아치, 창문과 석조 장식 등을 재구성한 공간이에요.
Q2. 유럽의 수도원 하나를 그대로 옮겨온 것인가요?
한 수도원 전체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에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여러 지역에서 온 건축 부재를 하나의 박물관 안에 조화롭게 배치해 중세 수도원의 공간과 분위기를 재현했습니다.
Q3. 클로이스터스에는 회랑이 몇 개 있나요?
공식적으로 재구성된 대표 회랑은 쿠사, 생 기욤, 본퐁, 트리 회랑 등 네 곳입니다.
각 회랑은 기둥과 아치, 정원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 비교하며 걸어보는 재미가 있어요.
Q4. 건축에 관심이 없어도 방문할 만한가요?
중세 건축을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회랑과 정원, 허드슨강 풍경이 아름답고 공간 자체가 조용해서, 번잡한 맨해튼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도 잘 맞습니다.
Q5. 관람 시간은 어느 정도 잡는 것이 좋을까요?
건축과 회랑만 천천히 보아도 1시간 이상이 필요해요.
중세 미술품과 유니콘 태피스트리, 정원까지 함께 보고 포트 트라이언 공원도 산책하려면 반나절 정도 여유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뉴욕에서 잠시 중세를 걷다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화려한 장식보다 돌기둥 사이를 걷던 고요한 시간이었어요.
아치 아래로 들어오던 햇빛과 정원에 드리운 그림자,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딘 돌의 거친 표면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클로이스터스는 과거의 건축물을 완벽하게 복제한 장소는 아니에요.
하지만 유럽 곳곳에서 건너온 실제 중세 건축 부재를 한 공간에 조화롭게 배치해, 오늘의 방문객이 그 시대의 분위기 안을 직접 걸어볼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뉴욕의 마천루와 번화한 거리를 여행하다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포트 트라이언 공원 언덕 위의 뉴욕 클로이스터스 미술관을 천천히 걸어보아도 좋아요.
돌기둥과 회랑 사이를 걷는 동안만큼은, 뉴욕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① The Met Cloisters 공식 관람 안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클로이스터스 위치, 관람 정보와 기본 소개 자료입니다.
② Medieval Monuments at The Cloisters
클로이스터스에 재구성된 중세 수도원 건축물과 회랑, 예배당의 원래 모습과 이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③ 푸엔티두에냐 후진 공식 소장품 자료
클로이스터스 푸엔티두에냐 예배당에 설치된 12세기 로마네스크 후진의 제작 시기와 유래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소장품 자료입니다.
④ The Met Cloisters 중세 정원 자료
회랑 정원의 구성과 중세 시대 식물의 생활·약용·종교적 쓰임을 소개하는 메트 공식 자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클로이스터스에서 직접 만난 사과를 든 아기 예수상, 주교 예복과 지팡이, 스테인드글라스, 채색 필사본 등 귀한 중세 예술품을 이어서 소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