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즘 전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단순히 사물을 네모나게 그린 미술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꾼 20세기의 중요한 실험을 보여줍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직접 관람하며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큐비즘이 어떻게 태어나고 변했는지, 그리고 그 흐름이 한국의 모던 아방가르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정리해봤어요.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즘 전시를 개관전으로 선택한 이유

2026년 8월 28일,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있는 퐁피두센터 한화를 찾았습니다.
첫 전시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이에요.
전시는 2026년 6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며, 퐁피두센터 소장품 91점을 중심으로 43명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여기에 한국 작가 11명을 다루는 KOREA FOCUS가 별도로 이어져요.
개관전의 주제로 큐비즘을 선택한 것은 꽤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큐비즘은 그림의 모양을 새롭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재현하는 기존 방식 자체를 흔든 미술 운동이었기 때문이에요.
파리 퐁피두센터 역시 이번 전시를 ‘보는 방식과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을 새롭게 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을 상징하는 전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907년, 익숙하게 보던 세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시는 1907년에서 시작합니다.
큐비즘이 등장하는 데에는 폴 세잔의 작업과 당시 파리에서 접할 수 있었던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미술이 중요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현실을 한 방향에서 그대로 옮기는 대신,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다시 한 화면에 조합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큐비즘 그림 앞에 서면 처음에는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금 오래 바라보면 얼굴이나 악기, 탁자, 병 같은 형태가 조각조각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저도 처음에는 ‘무엇을 그린 걸까’부터 찾았는데, 전시를 따라갈수록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떻게 바라봤는가가 중요한 미술이구나 싶더라고요.
분석적 큐비즘, 형태와 공간을 잘게 나누다

1909년부터 1911년 무렵에는 흔히 분석적 큐비즘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이어집니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인물이나 정물, 풍경의 형태를 여러 면으로 해체했습니다.
앞과 뒤, 가까운 곳과 먼 곳의 경계도 점점 흐려졌어요.
브라크의 〈레스타크의 고가교〉를 보면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기보다 건물과 산, 공간을 단단한 기하학적 구조로 다시 세운 듯한 느낌이 듭니다.
1908년 제작된 이 작품은 큐비즘이 태어나던 초기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한 점씩 보는 것보다 이전 작품과 다음 작품을 비교해보는 편이 더 재미있었어요.
형태가 조금씩 단순해지고, 화면의 공간이 달라지는 과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살롱 큐비즘에서 색과 리듬의 큐비즘으로
큐비즘은 피카소와 브라크 두 사람의 실험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1910년대 초 파리의 여러 살롱전을 통해 로베르 들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페르낭 레제 등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오르픽 큐비즘에서는 색과 리듬, 움직임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 부분에 도착하자 전시장 분위기도 확 달라졌어요.
초기의 비교적 절제된 색조에서 벗어나 강한 색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의 작품에서는 색 자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강렬한 색들이 서로 부딪힐 것 같은데도 전체 화면에서는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큐비즘을 ‘쪼개진 형태’로만 알고 있었다면 이 구간에서 생각이 한번 바뀔 수 있어요.
그림에 신문과 종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1912년 무렵에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납니다.
피카소는 콜라주를 시도했고, 브라크는 나뭇결무늬 벽지를 붙이는 파피에 콜레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캔버스 안에서 현실을 해체했다면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는 재료 자체가 그림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 시기를 종합적 큐비즘이라고 부릅니다.
색도 다시 풍부해지고, 종이와 질감, 글자와 사물의 흔적이 화면에 들어옵니다.
전시를 순서대로 보면 같은 ‘큐비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표현 방식이 계속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작품 몇 점만 따로 보는 것보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걸어보는 것이 훨씬 의미 있었습니다.
큐비즘은 파리 밖으로 이동했다
큐비즘은 곧 프랑스를 넘어 유럽과 러시아, 미국 등으로 퍼져나갑니다.
파리에 모여 있던 여러 나라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방식을 각자의 문화와 결합하면서 큐비즘은 하나의 국제적인 예술 언어가 되었어요.
러시아에서는 입체미래주의와 결합했고, 이탈리아 작가들은 미래주의의 속도감과 큐비즘의 형태 해체를 서로 연결했습니다.
이 대목이 흥미로웠습니다.
큐비즘은 피카소가 만든 하나의 화풍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 그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보는 방법’이 여러 나라로 이동하면서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한 운동에 가까웠어요.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즘 전시를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같은 큐비즘 안에서도 형태와 색, 재료가 계속 달라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전쟁을 지나 1920년대의 미술 언어가 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작가들의 활동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쟁에 징집된 작가가 있었고, 다른 나라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전쟁 이후 1920년대에는 초기 큐비즘의 급진적인 실험이 조금씩 정리되면서 고전주의와 장식미술, 순수주의 등 여러 흐름과 만납니다.
전시의 마지막 8번째 섹션 제목은 ‘실험에서 양식으로’예요.
처음에는 낯설고 급진적인 실험이었던 큐비즘이 20년 정도 지나면서 새로운 세대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하나의 미술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가 잘 드러납니다.
1907년과 1927년 사이 작품들을 차례로 보고 나니 왜 이번 전시가 정확히 이 20년을 다루는지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어요.
회화 밖으로 넓어진 큐비즘
이번 전시에서 재미있었던 점 하나는 큐비즘을 그림에만 가두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각을 비롯해 여러 예술 영역으로 확장된 흐름도 볼 수 있었어요. 퐁피두센터 한화 역시 큐비즘의 영향이 회화에 머물지 않고 조각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넓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전시장에서 벽 한 면을 크게 채우고 있던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도 그런 확장을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작은 액자 속 그림만 보다가 거대한 무대막 앞에 서니 큐비즘이 당시의 공연과 무대예술까지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훨씬 실감 났어요.
KOREA FOCUS를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
유럽의 큐비즘을 따라가던 전시는 후반부에서 KOREA FOCUS: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큐비즘과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단순히 비교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시는 그보다 범위가 넓었어요.
1920~3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미술과 문학, 무용, 건축, 사진, 영화 등에서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받아들이던 과정을 살펴봅니다.
당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파리는 ‘모던’을 상징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였고, ‘큐비스트적 시인’으로 불렸던 이상을 비롯한 예술가들의 실험도 함께 다룹니다. 이러한 흐름은 해방과 전쟁 이후 한국 미술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동하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이 공간에서 김환기와 유영국 등의 작품을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웠어요.
앞에서 20년 동안 유럽의 변화를 보고 난 뒤 한국 작품을 보니 작품 한 점의 아름다움보다는 새로운 미술을 받아들이고 다시 자기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 조금 더 눈이 갔습니다.

큐비즘을 몰라도 전시를 보는 방법
이번 전시를 보고 나서 큐비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꼭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다시 간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고 볼 것 같습니다.
첫째, 앞 작품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해보기.
둘째, 작품 제목을 확인한 뒤 그림 속에서 실제 대상을 찾아보기.
셋째, 형태뿐 아니라 색과 재료가 언제부터 달라지는지 살펴보기.
실제로 망치나 대장간처럼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던 형태를 설명을 읽은 뒤 다시 찾아보니 일종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재미있더라고요.
미술사 용어를 모두 외우기보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큐비즘이 훨씬 가까워집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을 보고
이번 전시를 보기 전에는 큐비즘 하면 가장 먼저 피카소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전시장을 모두 돌고 난 뒤에는 한두 명의 유명 화가보다 하나의 새로운 시각이 20년 동안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퍼져나갔는가가 더 기억에 남았어요.
형태를 해체하고, 색을 넣고, 종이를 붙이고, 국경을 넘어 다른 문화와 만나고, 결국 하나의 미술 언어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마지막에 한국의 모던 아방가르드를 함께 배치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즘 전시는 유명 작품 몇 점을 보는 데서 끝나기보다, 20년 동안 미술의 시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따라가기에 좋은 전시였습니다.
관람 전 간단히 확인하세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2026년 10월 4일까지 서울 여의도 퐁피두센터 한화 1·2전시실에서 열립니다.
전시는 8개의 큐비즘 섹션과 KOREA FOCUS로 구성되어 있으며, 3,000㎡가 넘는 두 개의 주요 전시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운영시간과 관람료, 예매 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퐁피두센터 한화 공식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A
Q1. 큐비즘을 전혀 몰라도 볼 만한가요?
네. 오히려 처음부터 8개 섹션을 순서대로 따라가면 형태와 색, 재료가 변화하는 과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품 하나를 완벽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앞뒤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 방법을 추천해요.
Q2. 왜 전시가 1907년부터 1927년까지인가요?
1907년 무렵 피카소와 브라크를 중심으로 큐비즘의 새로운 실험이 시작되고, 1920년대에는 여러 예술가가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미술 언어로 자리 잡기까지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Q3. KOREA FOCUS는 한국의 큐비즘 작가만 보여주는 전시인가요?
아닙니다. 1920~30년대 한국에서 미술뿐 아니라 문학, 무용, 건축, 사진, 영화 등 여러 분야가 새로운 예술을 받아들이고 변화시킨 과정까지 함께 다룹니다.
Q4. 작품을 볼 때 가장 먼저 무엇을 보면 좋을까요?
작품 제목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그다음 화면 속에서 제목과 연결되는 형태를 찾아보면 어렵게 보이던 작품도 조금씩 읽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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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퐁피두센터 한화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공식 전시 안내
전시 구성과 8개 섹션, 주요 작품, KOREA FOCUS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Centre Pompidou, 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
파리 퐁피두센터가 소개하는 개관전 공식 자료로 전시의 기획 의도와 주요 작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Centre Pompidou Hanwha 개관 보도자료
퐁피두센터 한화 설립과 개관전의 의미, 한·프랑스 공동 기획 배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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